6월 18일 시네콕 힐스에서 막을 올리는 2026 US오픈, 가장 큰 줄거리는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입니다. SPOTV 중계를 함께하는 입장에서 이번 대회의 핵심을 미리 정리합니다.

여기에 마스터스 2연패의 로리 매킬로이, 통산 2승의 브라이슨 디섐보, 갓 PGA 챔피언십을 거머쥔 에런 라이까지 메이저급 줄거리가 한 무대에 모였습니다. 시우 김·톰 김·임성재가 출전하면서 한국 팬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코스의 정체부터 선수들의 구도, 한국 중계 일정까지 한 번에 짚어 드리겠습니다.

 

2026 US오픈 개최지 시네콕 힐스 골프 클럽 전경

 

왜 2026 US오픈이 ‘골프 역사의 분기점’이 되나요?

이번 대회는 USGA 공식 발표 기준으로 126번째 US오픈입니다. 동시에 세계 골프 역사에서 손에 꼽힐 한 주가 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단 한 사람, 스코티 셰플러 때문입니다.

셰플러는 현재 마스터스 2승(2022·2024), PGA 챔피언십 1승(2025), 디 오픈 1승(2025), 합산 메이저 4승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US오픈 우승이 더해지면 마스터스·US오픈·디 오픈·PGA 챔피언십 네 개의 메이저를 모두 제패한 통산 7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가 됩니다.

지금까지 이 영예에 오른 선수는 진 사라젠,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그리고 2025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로리 매킬로이까지 단 여섯 명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골프계 전체가 이번 한 주를 ‘셰플러의 무대’로 보고 있습니다.

일요일 최종 라운드 날짜가 셰플러의 30번째 생일이자 미국의 ‘Father’s Day’라는 점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우연입니다.

물론 도전은 만만치 않습니다. 셰플러의 US오픈 최고 성적은 2022년 더 컨트리 클럽에서 매트 피츠패트릭에게 한 타 뒤져 기록한 공동 2위였고, 지난해 오크몬트에서는 공동 7위로 마쳤습니다. 가장 잡지 못한 메이저가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한 주의 무게를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참고로 디펜딩 챔피언은 J.J. 스폰입니다. 그는 2025년 오크몬트 최종 라운드에서 5개 보기로 시작한 뒤 후반 9홀을 3언더로 돌리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65피트 버디 퍼트로 우승을 확정 짓는 극적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시네콕 힐스 코스, 무엇이 다른가요?

시네콕 힐스는 미국 골프의 가장 오래된 무대 가운데 하나입니다. 1896년 1회 US오픈을 시작으로 1986년, 1995년, 2004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통산 여섯 번째 US오픈 개최입니다.

가장 최근 2018년 대회에서는 코스의 잔혹함이 전설로 남았습니다. 4라운드 내내 단 한 명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한 채 브룩스 켑카가 +1로 우승했고, 토미 플리트우드가 최종 라운드 63타라는 신화적인 점수를 쏘고도 단 한 타 차이로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이 한 줄이 시네콕이라는 코스의 무게를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2026년 세팅은 흥미롭습니다. CBS 스포츠 코스 가이드에 따르면 코스 총길이는 7,434야드, 파 70입니다. 그런데 USGA는 이번에는 페어웨이를 좁히지 않고 평균 40야드 이상으로 넓게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린 스피드 역시 스팀프미터 11 초반에서 시작합니다. 참고로 2025년 오크몬트는 15.5에서 시작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플레이어 친화적’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세팅입니다.

그러나 시네콕의 진짜 무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람과 그린 주변의 런오프(run-off)가 이 코스의 진짜 시험지입니다.

남서쪽에서 시속 15마일을 넘는 바람이 일상이고, 종종 30마일 이상의 강풍이 몰아칩니다. 코스 설계 자체가 그 바람을 전제로 짜여 있어, 같은 홀이라도 매일 다른 클럽으로 공략해야 합니다.

그린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시네콕의 거의 모든 그린은 주변보다 살짝 솟아 있고, 가장자리는 짧게 깎아 둔 런오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핀을 살짝만 벗어나도 공이 30~40야드씩 굴러 내려가, 그린 위가 아니라 발 아래 잔디에서 다시 어프로치를 해야 합니다. 페어웨이가 넓어도, 결국 진짜 승부는 ‘두 번째 샷을 어디에 떨어뜨리느냐’에서 갈리는 코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셰플러를 막을 도전자는 누구인가요?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단연 로리 매킬로이입니다. 그는 2024년 US오픈 파인허스트에서 디섐보에게 한 타 차이로 패배하며 가장 뼈아픈 메이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2025년 마스터스에서 마침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고, 2026년 마스터스마저 연패하며 두 번째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이 이번 대회의 메인 줄거리를 ‘셰플러 vs 매킬로이’로 보는 이유입니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2020년 윙드풋, 2024년 파인허스트에서 우승하며 이미 두 번의 US오픈 챔피언입니다. 세 번째 우승이라는 도전 자체가 무겁습니다. US오픈 특유의 거친 환경, 거리와 체력전, 그리고 정확도의 조합이 디섐보의 강점과 맞물린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는 이미 시네콕 힐스를 두고 “잔혹한 코스(brutal)”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조용한 복병은 에런 라이입니다. 라이는 2026년 5월 PGA 챔피언십에서 1919년 이후 처음으로 영국인 메이저 챔피언에 오르며 깜짝 스타가 되었습니다. 거리보다 정확도와 퍼팅에 강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시네콕처럼 바람과 정확도가 핵심인 코스라면, 그의 스타일은 또 한 번 빛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PGA 챔피언십 공동 2위 존 람, 디 오픈 챔피언 출신 콜린 모리카와, 그리고 메이저에서 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잰더 셔플리도 변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크호스로 누구를 주목해야 하나요?

US오픈은 메이저 중에서도 ‘깜짝 우승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무대입니다. 지난해 J.J. 스폰의 우승 역시 그 전통을 보여 줬습니다. 이번에도 몇 명의 다크호스를 짚어 두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토미 플리트우드입니다. 그는 2018년 시네콕 최종 라운드에서 63타를 기록한 인물입니다. 아직 메이저 우승 경력은 없지만, 시네콕의 모든 디테일을 몸으로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선수이고, 현지 갤러리가 가장 응원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시네콕 힐스의 바람과 그린 경사를 이미 한 번 정확히 풀어 본 선수라는 점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

두 번째는 윈덤 클락입니다. 2023년 LA 컨트리클럽에서 US오픈 챔피언에 오른 그가 2026년 시즌 어떻게 되돌아올지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최근 우승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재도약’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세 번째는 카메론 영입니다. 그는 2026년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흐름을 올라타고 있고, US오픈은 그동안 그가 가장 잘 친 메이저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스웨덴의 루드비크 오베리, 떠오르는 영건 마이클 김 등 ‘첫 메이저’가 가능한 이름들도 짚어 둘 만합니다.

 

한국 선수, 누가 어떻게 도전하나요?

골프 채널의 출전 명단 정리에 따르면, 이번 대회 출전이 확정된 한국 선수는 시우 김, 톰 김, 임성재 세 명입니다.

가장 주목할 선수는 단연 시우 김입니다. 이번이 그의 10번째 연속 US오픈 출전입니다. 한국 선수 중 최장 기록에 해당합니다. 그는 세계랭킹 24위 기준으로 OWGR 상위 60위 자동 출전권을 확보했고, 작년 오크몬트에서는 공동 42위, 그 전 LA 컨트리클럽에서는 공동 32위로 마쳤습니다. 시네콕처럼 정확도가 중요한 코스가 그의 컨트롤 위주 게임과 잘 맞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톰 김은 메이저 무대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시점입니다. 시네콕의 좁아진 그린 주변에서는 어프로치와 쇼트 게임이 결과를 좌우하기에, 그의 손끝 감각이 어떻게 발현되느냐가 핵심 변수입니다.

임성재 선수는 안정된 페어웨이 적중률과 단단한 멘탈로 컷 통과는 물론 톱 10도 가시권에 두고 있습니다. 메이저 무대에서 꾸준히 보여 준 안정성을 이번에도 확인할 수 있는 한 주가 되리라 봅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오전 시간대에 펼쳐지는 만큼, 한국 골프 팬들에게는 ‘잠 못 이루는 일주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시청할 수 있나요?

한국 중계는 SPOTV에서 진행됩니다. 저는 이번 대회를 SPOTV 해설로 함께합니다. 코스 매니지먼트와 선수 심리, 그린 주변 디테일까지 한국 골퍼분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을 놓치지 않고 짚어 드릴 예정입니다.

대회 라운드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동부시간(EDT)을 한국시간(KST)으로 환산한 기준입니다.

라운드 현지(EDT) 한국시간(KST) 중계 시작 시점
1라운드 6/18(목) 6:30 a.m.~8 p.m. 6/18(목) 저녁 ~ 6/19(금) 오전 목요일 저녁
2라운드 6/19(금) 6:30 a.m.~8 p.m. 6/19(금) 저녁 ~ 6/20(토) 오전 금요일 저녁
3라운드 6/20(토) 10 a.m.~8 p.m. 6/20(토) 밤 ~ 6/21(일) 오전 토요일 밤
4라운드 6/21(일) 9 a.m.~7 p.m. 6/21(일) 밤 ~ 6/22(월) 오전 일요일 밤

편성은 SPOTV 공식 채널에서 확인해 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컷오프는 통상 36홀 종료 후 상위 60명과 동타 선수가 주말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본격적인 경기 외에도 함께 짚어 보면 좋은 포인트가 있습니다. 시네콕은 페어웨이 외곽에 자란 페스큐(fescue)가 무서운 코스입니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거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선수마다 어떤 클럽으로 티샷을 잡아 안전 구역에 떨어뜨리느냐가 코스 매니지먼트의 핵심입니다. 중계 화면에서 선수의 캐디가 핀까지의 거리와 함께 ‘바람 방향과 세기’를 어떻게 읽는지 따라가 보시면, 훨씬 깊이 있는 관전이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2026 US오픈은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2026년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시네콕 힐스 골프 클럽에서 열립니다. 시네콕 힐스 통산 6번째 US오픈 개최이며, 이번이 126번째 US오픈입니다.

스코티 셰플러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무엇인가요?

한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PGA 챔피언십이라는 네 개의 메이저를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셰플러는 US오픈만 남겨 두고 있으며, 우승 시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가 됩니다.

디펜딩 챔피언은 누구인가요?

2025년 오크몬트에서 우승한 J.J. 스폰입니다. 그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65피트 버디 퍼트로 우승을 확정 지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시네콕 힐스는 어떤 코스인가요?

7,434야드, 파 70의 링크스 스타일 코스입니다. 페어웨이는 평균 40야드 이상으로 넓지만, 그린 주변 런오프가 가파르고 남서풍 강풍이 일상이라 매 라운드 전혀 다른 양상이 됩니다.

한국 선수는 누가 출전하나요?

시우 김(10번째 연속 출전), 톰 김, 임성재 세 명이 출전합니다. 특히 시우 김은 정확도 위주의 게임이 시네콕과 잘 맞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어디서 볼 수 있나요?

SPOTV에서 생중계됩니다. 저(고덕호) 또한 해설로 함께합니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라운드별 시작 시각이 저녁~새벽 시간대인 경우가 많으니, SPOTV 편성표를 미리 확인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2026 마스터스 챔피언은 누구였나요?

로리 매킬로이가 2026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그린 재킷을 차지했습니다. 그는 이번 US오픈에서 셰플러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꼽힙니다.

페어웨이가 넓어지면 코스가 더 쉬워지는 것 아닌가요?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시네콕에서는 그린 주변 런오프와 바람이 진짜 시험지입니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아닌, 두 번째 샷을 어느 위치에 떨어뜨리느냐가 우승을 가릅니다.

 

 

이번 US오픈을 보며 코칭의 힘을 다시 느끼셨다면

세계 정상에서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선수들의 뒤에는, 반드시 그 선수를 깎아낸 코치가 있습니다. 셰플러에게도, 매킬로이에게도, 시우 김에게도 — 한 사람의 골퍼를 깊이 들여다보고, 무엇을 먼저 손봐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 준 교습가가 있었습니다.

좋은 선수 뒤에는, 좋은 레슨프로가 있습니다.  세계 1위를 만든 30년 교습 철학을 — 스윙 기술이 아니라, ‘회원을 읽는 눈’과 ‘가르치는 순서’를 — 체계적으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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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선수의 골든 그랜드슬램 뒤에는 한 명의 코치가 있었습니다. 스윙보다 사람을 먼저 본 코치, 남기협입니다.

세계랭킹 1위, LPGA 통산 21승, 메이저 7승, 그리고 116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 골프 금메달. 박인비라는 이름 옆에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녀가 우승 없이 81개 대회를 흘려보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 4년이 어떻게 끝났는지, 그 안에 우리가 골프를 배우는 자세에 대한 진짜 답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Q. 박인비 이야기에 왜 남기협 코치가 늘 함께 등장하나요?

맞습니다. 단순한 미담이 아닙니다.

2020년 미국 골프채널이 박인비, 유소연, 미셸 위 세 선수의 커리어를 분석하면서 “박인비의 전환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 한 줄로 답한 적이 있습니다. 골프다이제스트 보도에 따르면 골프채널이 꼽은 박인비의 터닝 포인트는 정확히 “남편 남기협 코치를 만난 것”이었습니다.

박인비 본인도 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KBS 예능에 가족과 함께 출연했을 때는 남편을 “내 인생 최고의 코치이자 든든한 조력자”라고 표현했고, 결혼 전에는 “남편 만나기 전엔 스윙도 불안정했고 골프가 골프가 아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박인비를 떠올릴 때 2013년 시즌의 압도적인 성적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세계랭킹 1위, 메이저 3승, LPGA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그 다음에는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완성된 커리어 그랜드슬램. 결국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해 남녀 통틀어 최초의 골든 그랜드슬램까지.

그런데 저는 그 화려한 결과보다 더 놀라운 이야기가 그 이전에 있다고 봅니다. 박인비 선수는 2008년 만 19세에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약 4년 동안 단 한 번도 LPGA 투어에서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기에 그녀 옆에 자리 잡은 사람이 남기협 코치였습니다.

박인비의 부활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Q. 4년·81개 대회, 박인비에게는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골프를 직업으로 해 본 사람만이 진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마추어 골퍼분들은 4년 슬럼프라고 하면 “그 정도 실력이면 즐기면서 치면 되지 않나”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어 프로에게 무승의 시간은 단순히 트로피의 문제가 아닙니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박인비 선수는 두 번째 우승인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까지 정확히 81개 대회를 우승 없이 보냅니다. 매주 다른 도시, 다른 코스, 다른 잔디, 다른 바람을 만나면서 그동안 자신을 끝없이 의심하게 됩니다.

박인비 선수 본인이 표현한 그 시기는 이렇습니다. “2009년에는 대회에 출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윙과 정신력이 무너져 있었다.” 이데일리에 실린 박인비 본인 인터뷰의 한 구절입니다.

드라이버 입스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한 라운드에서 OB만 반복하다가 18번 홀을 맞이했는데 골프백에 공이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아 기권한 일까지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외모를 중시하던 당시 여자골프 스폰서 시장에서는 후원사들이 하나둘 떠나갔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박인비 선수가 그 시기에 만난 코치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교습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박인비를 중학교 3년 내내 지도했습니다. 닉 팔도, 미셸 위 등 슈퍼스타를 만든 인물입니다. 타이거 우즈의 스승으로 유명한 부치 하먼의 손길도 거쳤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정작 둘 다 박인비의 손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박인비 선수는 손목 코킹이 잘 되지 않는 신체적 특성이 있습니다.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스윙 모델을 입히려다 손목 부상까지 이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교습가들도 박인비의 몸을 정확히 읽지는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 시간을 끝까지 견디고 다시 1위로 돌아왔다는 건, 사실 우승 자체보다 더 큰 일입니다.

 

Q. 남기협 코치는 다른 코치와 무엇이 달랐다고 보십니까?

많은 분들이 스윙 코치라고 하면 기술적인 부분만 떠올립니다. 그립이 어떻고, 어깨 회전이 어떻고, 임팩트 자세가 어떻고.

그런데 진짜 좋은 코치는 기술보다 먼저 선수를 봅니다.

남기협 코치는 본래 한국프로골프투어(KPGA) 유망주였습니다. KPGA 공식 선수 페이지에 따르면 1981년생, 임진한 골프아카데미 소속의 정회원 프로입니다. 임진한 프로의 수제자로도 잘 알려져 있죠. 즉, 본인이 스윙을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가 박인비 선수에게 처음 한 일은, 스윙을 갈아엎는 게 아니라 박인비의 몸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손목 코킹이 잘 안 되는 신체적 특성을 약점으로 보지 않고, 그 위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스윙을 함께 다듬어 줬습니다. 백스윙을 매우 느리고 업라이트하게 가져가는 박인비의 독특한 스윙은 사실 본인 체형에 맞춘 결과물입니다. ‘컴퓨터 스윙’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정확성이 높은 그 동작은, 누군가의 이론에서 베껴 온 것이 아니라 박인비의 몸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남기협 코치가 강조한 또 한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임팩트’입니다. 폼이 예뻐 보이는 스윙보다, 공에 힘이 제대로 실리는 임팩트를 우선으로 두는 코칭입니다. 박인비 선수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릴리즈 포인트를 살짝 조정해 준 이후로 “남편을 통해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300% 좋아졌다”고 직접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SBS 취재파일이 정리한 두 사람의 코칭 방식을 보면 남기협 코치는 박인비의 스윙이 흐트러질 때마다 본인이 직접 연습장에 가서 공을 수백 개씩 치며 아내의 스윙 궤도를 연구하고 분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든 ‘족집게 팁’을 박인비에게 전달합니다.

박인비 선수는 SBS와의 같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남편은 안정감도 주고, 나의 스윙을 늘 봐주니 나쁜 스윙을 안 하게 된다. 내 몸에 맞는 스윙을 하는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다.”

하지만 저는 기술적인 변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건 “너는 잘못된 선수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4년 동안 한결같이 전해 준 일입니다.

골프는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 스포츠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그 주의 성적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대부분의 선수는 무엇을 할까요. 더 많은 기술을 찾습니다. 스윙을 또 바꾸고, 장비를 바꾸고, 레슨 선생님을 바꿉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더 의심합니다.

이게 가장 무서운 악순환입니다. 의심이 의심을 부르고, 변화가 변화를 부릅니다. 정작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좋은 것마저 사라져 버립니다.

남기협 코치는 박인비 선수에게 그 악순환의 입구를 막아 준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코치는 스윙만 고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선수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옆에서 붙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Q. 그래서 박인비의 부활은 결국 어떻게 가능했나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두 사람의 호흡은 2012년에 첫 결실을 봅니다. 박인비 선수는 그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년 만에 우승컵을 다시 듭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 박인비의 골프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올라섭니다.

2013년 4월 15일, 박인비 선수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합니다. 그해 시즌이 끝났을 때 그녀의 손에는 ANA 인스퍼레이션, US여자오픈,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라는 메이저 3개 대회 우승 트로피와 LPGA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이 함께 있었습니다. 한 시즌에 메이저 3개를 가져간 선수는 LPGA 역사에서 손에 꼽힙니다.

그 흐름은 한 해로 끝나지 않습니다. 박인비 선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웁니다. 그리고 2014년 10월에는 4년을 함께 견뎌 준 남기협 코치와 결혼합니다.

2015년, 박인비 선수는 마지막으로 남은 메이저 한 자리, 브리티시여자오픈마저 손에 넣습니다. LPGA 역사상 일곱 번째이자 아시아인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완성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두 가지 사건이 같은 해에 일어납니다. 6월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8월에는 문화일보가 정리한 116년 만의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무대에서 16언더파 268타로 금메달을 목에 겁니다. 남녀 골프 통틀어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가진 최초의 선수, 이른바 ‘골든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박인비라는 이름으로 확정됩니다.

저는 그 결과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남기협 코치는 박인비를 ‘새로운 선수’로 만든 게 아닙니다. 박인비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다시 꺼내 준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코치들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론을 선수에게 입히려 합니다. 반대로 좋은 코치는 선수 안에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닦아 줍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갈라집니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부치 하먼이 박인비의 몸을 다 살리지 못했고, 남기협 코치가 그 일을 해냈다는 점이 그 차이를 가장 잘 보여 줍니다.

 

Q. 아마추어 골퍼는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가장 흔한 실수 하나를 짚고 싶습니다.

요즘 골퍼분들은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봅니다. 프로 선수 스윙을 보고, 인플루언서 레슨을 보고, 매주 새로운 팁을 들고 옵니다. 그리고 그걸 자기 스윙에 그대로 입히려 합니다.

박인비 선수의 스윙을 다시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교과서적인 스윙은 아닙니다. 백스윙이 유난히 느리고, 손목 코킹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만의 독특한 템포와 리듬이 있죠.

그런데 그 스윙으로 박인비는 LPGA 21승, 메이저 7승, 올림픽 금메달을 가져갔습니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정석 스윙으로는 못 한 일을, 본인 몸에 맞춘 그 어색해 보이는 스윙이 해낸 셈입니다.

골프는 예술 점수를 받는 종목이 아닙니다. 결과를 만드는 종목입니다.

중요한 건 모양이 아닙니다. 반복 가능한 리듬입니다.

남의 스윙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리듬을 찾는 것이 진짜 출발선입니다.

아래는 제가 30년 레슨하면서 본 두 부류 골퍼의 차이입니다.

구분 흔히 정체되는 골퍼 꾸준히 성장하는 골퍼
참고하는 대상 매주 새로운 프로 스윙 본인의 좋았던 라운드 기억
레슨 받는 자세 “제 스윙 어떻게 고쳐 주세요” “제 스윙 어디가 강점인가요”
안 맞는 날의 반응 스윙을 또 바꿔 본다 리듬과 템포부터 점검한다
장비 교체 빈도 매년 새 드라이버·아이언 본인 스윙에 맞는 장비를 오래 쓴다
장기 변화 폭 매년 다른 스윙 매년 다듬어지는 같은 스윙





제가 30년 동안 레슨하면서 가장 자주 보는 풍경이 있습니다. 회원분이 새로운 책 한 권, 새로운 유튜브 채널 하나를 보고 오신 다음 주에 스윙이 통째로 바뀌어 옵니다. 그리고 한두 달 뒤에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다”며 다시 처음의 스윙을 들고 오십니다.

박인비 선수에게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스윙을 입혔을 때 손목 부상으로 이어졌듯, 회원분 본인의 몸과 맞지 않는 동작은 결국 통증이나 잘못된 습관으로 남습니다. 더 무서운 건 그 과정에서 본인의 ‘원래 좋았던 것’이 함께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좋은 레슨은 스윙을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좋은 레슨은 골퍼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본인의 어깨가 어떻게 회전하는지, 본인의 손목이 어디까지 꺾이는지, 본인의 템포가 빠른지 느린지를 함께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남기협 코치가 박인비 선수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코치의 이름값이 아니라, 회원의 몸값을 먼저 본 코치였습니다.

스윙을 바꾸는 코치는 많습니다. 사람을 지켜 주는 코치는 드뭅니다.

레슨의 목적은 누군가를 복사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만의 골프를 찾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진짜 코칭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자주 묻는 Q&A

박인비 선수의 슬럼프 기간은 정확히 얼마였나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까지, 약 4년에 걸쳐 LPGA 투어 81개 대회 동안 우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골프채널과 골프다이제스트 등 다수 매체가 이 기간을 박인비 커리어의 가장 어두운 시기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남기협 코치는 정식 골프 코치 자격이 있나요?

네, 남기협 코치는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정회원 프로입니다. 1981년 12월생으로 1999년 KPGA에 최초 입회한 뒤 2001년 투어프로로 등록했으며, 현재 임진한 골프아카데미 소속입니다. 임진한 프로의 수제자로 SBS골프 등 다수 매체에 출연하며 코치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박인비 선수의 백스윙이 유난히 느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인비 선수는 손목 코킹이 잘 되지 않는 신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기협 코치는 이 특성을 약점이 아니라 그대로 살려야 할 박인비만의 조건으로 보고, 백스윙을 매우 느리고 업라이트하게 가져가는 본인 맞춤형 스윙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정확도가 매우 높아 ‘컴퓨터 스윙’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박인비 선수는 어떤 메이저 대회들을 우승했나요?

US여자오픈(2008·2013), ANA 인스퍼레이션(2013), 위민스 PGA 챔피언십(2013·2014·2015·3연패), 브리티시여자오픈(2015) 등 통산 7회 메이저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인 선수 중 메이저 최다승이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아시아인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골든 그랜드슬램’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모두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가진 선수에게 붙는 명칭입니다. 박인비 선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정리한 박인비 인터뷰에서 보듯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로 남녀 골프 통틀어 최초로 이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아마추어도 박인비 같은 코칭을 받을 수 있나요?

모든 골퍼가 박인비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좋은 코칭의 본질은 같습니다. 본인의 몸을 그대로 인정하고, 본인의 리듬을 지키고, 본인이 즐길 수 있는 골프를 만드는 것. 이건 프로든 아마추어든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좋은 코치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첫 만남에서 본인을 갈아엎으려 하는 코치보다, 본인의 좋은 점을 먼저 찾아 주는 코치를 권합니다. 그리고 결과가 잘 안 나오는 날에도 흔들리지 않고 같은 말을 해 주는 코치인지 보셔야 합니다. 코치의 말이 매주 달라진다면, 선수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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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레슨은 더 많은 정보를 아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회원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먼저 설명하며, 언제 기다릴 줄 아는가에서 시작됩니다.

남기협 코치가 박인비의 몸을 먼저 본 것처럼, 좋은 교습가는 회원의 몸과 마음을 먼저 봅니다. 세계 1위를 만든 교습가 고덕호 프로의 30년 레슨 철학. 레슨의 기준을 다시 정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열어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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