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교습을 과학으로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닉 팔도와 리디아 고를 정상에 올린 거장, 데이비드 리드베터입니다.

연습장에서 흔히 쓰는 ‘바디턴 스윙’, ‘상하체 분리’, ‘코일링’ 같은 용어는 어디서 왔을까요. 골프가 선수의 천재성과 감각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인체 역학과 데이터로 무장한 과학의 시대로 넘어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 한 명을 꼽는다면, 세계 골프계는 같은 이름을 부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30년 교습가의 시선으로 풀어 보려 합니다.



Q. 데이비드 리드베터라는 이름이 왜 그렇게 자주 등장하나요?

맞습니다. 골프 교습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본 분이라면 이 이름은 거의 반드시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1952년 영국 서식스 출생으로, 한때 유러피언 투어와 남아프리카 투어에서 선수로 뛰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일찍 교습의 길로 들어선 인물입니다. 그가 가르친 선수들이 합산한 메이저 우승 횟수는 남자·여자·시니어 투어를 통틀어 25승에 이릅니다. 본인이 운영하는 골프 아카데미는 전 세계 9개국에 30개 이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 제자 명단도 짚어 두겠습니다. 닉 팔도, 닉 프라이스, 그렉 노먼, 어니 엘스, 미셸 위, 그리고 리디아 고. 한 시대의 메이저 챔피언 명단의 절반이 한 코치의 제자 명단과 겹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위치를 보여 줍니다.

그는 2017년 PGA 올해의 교습가로 선정됐고, PGA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를 진짜 거장으로 만든 것은 우승 숫자가 아니라, ‘스윙을 통째로 다시 짓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은 한 번의 결단이었습니다.

Q. 닉 팔도의 2년 스윙 개조,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나요?

1985년 6월이었습니다. 영국의 닉 팔도는 이미 슈퍼스타로 평가받던 선수였습니다. 1983년 유러피언 투어에서 다섯 번 우승하며 상금왕(Order of Merit)에 올랐고, 1984년에는 PGA 투어 우승도 한 차례 거뒀습니다. 라이더 컵에는 스무 살에 처음 출전해 그때까지 네 번이나 출전한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메이저 대회의 마지막 날, 그의 스윙은 늘 흔들렸습니다. 1983년 디 오픈과 1984년 마스터스에서 일요일 우승 경쟁 중에 무너지는 모습을 본 영국 타블로이드는 그에게 모진 별명을 붙입니다. “Nick Fold-o(접어 버리는 닉).” 팔도 본인은 자신의 가녀린 스윙으로는 메이저의 압박을 견딜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가 찾아간 사람이 당시까지는 골프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데이비드 리드베터였습니다. Golf Digest의 ‘The Best I Ever Did’ 회고 인터뷰에서 리드베터는 그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팔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나는 내가 가진 것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책을 던지듯 내게 다 던지십시오(Throw the book at me).’ 저는 떨렸습니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제 손에 맡기고 있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2년 계획을 세웁니다. 디 오픈 공식 매체의 인터뷰에 따르면, 리드베터가 처음 본 팔도는 리듬은 훌륭했지만 손이 너무 높게 끝나고 몸은 ‘리버스 C’ 모양으로 휘어지는 자세였습니다. 공이 높이 떠 백스핀이 너무 많이 걸리고, 굴러가질 않았습니다. 리드베터의 처방은 손과 팔의 작업을 줄이고, 몸통을 회전의 주축으로 만들어 스윙을 더 둥글게 다듬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팔도의 성적은 곤두박질쳤습니다. 1986년과 1987년 마스터스에는 출전 자격조차 얻지 못합니다. Golf Monthly의 스윙 개조 회고가 전하듯, 그 시기 팔도는 다수의 후원사와 계약이 끊겼고 비평가들은 그가 커리어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고 조롱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 디 오픈. 팔도는 우승했습니다. 그 뒤로는 다른 골프사가 시작됐습니다.

  • 디 오픈 챔피언십 3승 (1987, 1990, 1992)
  • 마스터스 토너먼트 3승 (1989, 1990, 1996)
  • 메이저 통산 6승, 세계 랭킹 1위

두 사람의 사제 관계는 코치와 선수의 관계 자체를 다시 정의했다고 평가받습니다.





Q. 17살 리디아 고를 세계 1위로 만든 ‘A 스윙’의 정체는?

리드베터의 교습 인생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 장면은 2014년이었습니다. 그는 16살에 프로로 전향한 한국계 뉴질랜드 천재 골퍼 리디아 고의 코치를 맡습니다.

리드베터가 리디아 고에게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ESPN의 리디아 고 심층 기사에서 그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녀는 X-팩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질인지 노력인지 그린 주변의 기술인지, 손가락으로 콕 짚어 말하기 어렵지만, 그게 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리디아처럼 커리어를 시작한 선수는 없다고 봅니다. 타이거 우즈도 그런 시작은 못 했어요.”

두 사람의 작업은 미세한 조정이었습니다. 리디아 고의 본래 구질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페이드였는데, 리드베터는 그 위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굽는 드로 구질을 얹어 비거리를 20야드가량 늘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만든 스윙 메커니즘이 바로 ‘A 스윙(A Swing)’이었습니다.

A 스윙은 백스윙에서 클럽을 비교적 가파른 궤도로 들어 올렸다가, 다운스윙에서 완만하게 눕혀 내려오는 구조입니다. 유연성이 충분치 않은 골퍼나 체격이 작은 선수도 큰 힘 손실 없이 일관된 임팩트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리드베터는 설명합니다.

결과는 2015년 9월에 나왔습니다. 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직후 리드베터 측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18살의 리디아 고는 그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63타를 치며 여자 메이저 사상 최저 최종 라운드 기록을 세웠고, 동시에 147년 만의 남녀 통틀어 가장 어린 메이저 우승자로 기록됐습니다. 이 우승은 리드베터의 20번째 메이저 제자가 만들어 낸 트로피였습니다.

리디아 고는 17살에 LPGA 역사상 최연소 세계 1위에 올랐고, 그 자리를 84주 동안 지켰습니다.

 

Q. 리드베터의 코칭 철학, 다른 코치와 무엇이 다른가요?

리드베터의 코칭이 다른 코치와 다른 결정적 지점은, 그가 골프 스윙을 ‘예술’이 아니라 ‘인체 역학(biomechanics)’으로 봤다는 데 있습니다. 손과 팔의 잔재주를 줄이고, 몸의 큰 근육이 만들어 내는 회전을 엔진으로 삼는 구조. 그게 그가 평생 일관되게 밀어 온 핵심 메시지입니다.

Golf.com이 2020년 골프존 리드베터 유니버시티 가상 서밋에서 정리한 인터뷰에서, 리드베터와 팔도가 함께 강조한 첫 단계가 흥미롭습니다. 스윙을 바꾸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게 아니라, ‘왜 바꾸려 하는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팔도의 목표는 디 오픈 우승이었고, 그 목표를 위해 필요했던 것은 백스핀을 줄여 공을 굴리는 일이었습니다. 처방은 그다음에 나왔습니다.

코치 유형 비교: 어떤 코치를 만나야 할까

구분 감각 중심형 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 스타일
스윙 진단 도구 코치의 눈과 감(感) VHS 카메라부터 시작한 영상·인체 역학 분석
스윙 엔진 손과 팔의 감각·잔재주 몸통의 회전과 코일링
슬럼프 처방 새 동작·새 드릴 추가 원인을 진단한 뒤 메커니즘 자체를 재설계
변화의 단위 이번 주, 다음 라운드 2년, 평생 커리어를 보는 큰 그림
대표 결과 단기 성적의 부침 닉 팔도 메이저 6승, 리디아 고 최연소 세계 1위

주목해야 할 부분이 마지막 두 줄입니다. 리드베터는 단기 성적이 떨어지는 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스윙을 바꾸는 동안 팔도가 1986년·1987년 마스터스 출전조차 못 한 사실, 리디아 고의 스윙이 흔들리던 시기에 그가 학계의 비난을 감수한 사실이 그 증거입니다.

Q. 아마추어 골퍼는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주말 골퍼분들을 지도하다 보면 가장 자주 마주치는 유형이 ‘팔로 치는 골퍼(Arm Swing)’입니다. 손과 팔은 우리 몸에서 가장 민감하고 잔재주를 부리기 쉬운 부위입니다. 팔로 공을 때리면 그 순간에는 찰진 손맛이 느껴질지 몰라도, 컨디션에 따라 구질이 사방으로 튀게 됩니다.

리드베터가 평생을 바쳐 증명한 핵심은 단 한 줄로 요약됩니다. 스윙의 엔진은 손이 아니라 몸통(코어)이어야 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인 등과 골반, 척추가 만들어 내는 강력한 회전이 엔진 역할을 하고, 팔과 클럽은 그 엔진에 매달려 부드럽게 따라오는 바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엔진이 단단해야 차가 흔들리지 않듯, 코어 회전이 단단하게 버텨 줘야만 어떤 압박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이 나옵니다.

리드베터의 코일링 원리를 아마추어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단계 드릴을 권해 드립니다.

1단계: 가슴 앞 클럽 가로지르기 — 상하체 분리 느끼기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뒤, 클럽 한 자루를 양손으로 잡고 가슴 앞에 수평으로 얹어 봅니다. 그 상태에서 하체(골반)는 정면을 향한 채 꽉 잡아 두고, 오직 상체만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시켜 보십시오.

이때 왼쪽 등 근육과 옆구리가 팽팽하게 늘어나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이 압박감이 리드베터가 강조한 코일링(coiling)의 실체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이 압박을 한 번 몸이 기억하기 시작하면 백스윙에서 손과 팔에 들어가던 잔힘이 줄어듭니다.

2단계: 겨드랑이 수건 끼우기 — 팔과 몸통의 동기화

양쪽 겨드랑이에 작은 수건이나 헤드커버를 가볍게 끼우고, 똑딱이보다 조금 큰 반(半) 스윙을 해 봅니다. 팔 힘이 강한 분들은 백스윙 도중 수건이 툭 떨어지게 됩니다.

수건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며 스윙을 하려면, 손이 클럽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가슴과 손, 클럽이 하나의 통처럼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리드베터가 닉 팔도에게 평생 가르친 ‘몸통과 팔의 동기화’를 가장 단순하게 몸에 새기는 드릴입니다.

3단계: 오른쪽 뺨을 공이 있던 자리에 두기 — 척추 각도 유지

몸통 회전을 하려다 보면 몸이 위로 들리는 ‘얼리 익스텐션(Early Extension, 일명 배치기)’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를 막는 가장 단순한 신호 하나가 있습니다. 임팩트가 지나갈 때까지 본인의 오른쪽 뺨이 계속해서 공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척추의 중심축이 단단하게 고정된 상태에서 회전이 일어나야만, 지면을 디딘 힘이 클럽 헤드 끝까지 그대로 전달됩니다. 비거리가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 척추 각도 유지에 있습니다.





Q. 자주 묻는 질문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지금도 직접 선수를 지도하나요?

네, 직접 지도와 아카데미 시스템 운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본거지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인근의 리유니언 리조트(Reunion Resort and Golf Club)이고, ‘리드베터 골프 아카데미’는 한국을 포함한 9개국 3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골프존과 협업한 ‘골프존 리드베터 아카데미’가 있습니다.

리디아 고는 지금도 리드베터의 제자인가요?

아닙니다. 리디아 고와 리드베터의 사제 관계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약 3년이었고, 2016년 말 리디아 고 측이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다만 그 3년 동안 리디아 고는 LPGA 12승, 메이저 2승, 84주간 세계 1위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닉 팔도의 스윙 개조는 정확히 얼마나 걸렸나요?

1985년 6월부터 1987년 디 오픈 우승까지 약 2년 1개월입니다. 그 사이 1986년과 1987년 마스터스에는 출전 자격조차 얻지 못했고, 후원사 다수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코치와 선수가 단기 성적을 포기하고 장기 목표를 본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A 스윙’은 모든 아마추어에게 적용되나요?

리드베터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A 스윙은 유연성이 부족하거나 체격이 작은 골퍼가 일관성을 확보하기 좋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만능 처방은 아니고, 본인의 신체 조건과 현재 구질을 먼저 진단한 뒤 교습가와 상의해 적용 여부를 결정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좋은 코치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단기 성적이 떨어지는 시기를 함께 견뎌 줄 수 있는 코치를 권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무엇을, 왜 바꾸려고 하는지를 먼저 묻는 코치인지 보시기 바랍니다. 리드베터가 닉 팔도에게 그랬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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